Person/Favorite
[정훈의 Talk IT]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력 이력서
철냄비짱
2008. 11. 30. 11:45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특히 IT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이력서를 얼마나 많이 써봤을까.
매스컴에서 발표되는 자료에 의하면 신입 사원 지원자의 경우에는 취업을 위해서 보통 20통에서 많게는 50통 이상의 이력서를 작성한다고 하며, 경력자의 경우에도 이직을 하는 경우에 최소한 5~10통 이상의 이력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력서들은 그 내용과 순서가 거의 동일하다. 아래 예를 보자.
| |||||||||||||||||||||||||||||||||||||||||||||||||||||||||||||||||||
| |||||||||||||||||||||||||||||||||||||||||||||||||||||||||||||||||||
|
위에 예를 든 '철수'의 이력서는 전형적인 양식과 내용이다.
필자가 면접관 입장에서, 특히 경력 사원을 선발하려는 경우에 불과 몇십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이러한 이력서들을 수십통씩 검토하다 보면 눈에 띄는 내용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획일적인 양식과 용어들을 접하다 보면, 대부분 ‘~ 시스템 개발’, ‘~ 기술 중급/고급’,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등의 표현 일색이라서 누가 누구인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이력서에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10여 페이지 이상에 걸쳐서 기록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실제 면접을 하게 되면 기대 이하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철수'가 제출한 이력서는 자신을 선발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마치 일기 쓰듯이 시간대별로 사건만 나열한 기록서에 가깝다(이러한 장황한 이력서를 ‘역사 실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사건 중심의 역사를 보고 나서 '철수'를 채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면접관의 능력과 특히 '운'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면접관 입장에서 경력 사원 지원자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이력서는 단지 과거와 현재의 사실을 기록해놓은 것이며 참고 자료로 사용될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입사 지원을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상대 회사에 제안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이러한 가치와 능력을 돈(연봉 또는 급여)을 지불하고 사게 된다.
때로는 아무리 훌륭한 가치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지원을 한다 하더라도, 그 회사의 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그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고의 실력자라고 해서 최고의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아니며, 실력이 없다고 해서 불안하고 열악한 중소업체에만 입사하라는 법도 없다.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의 상태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그 기업이 원하는 가치와 능력에 부응할 수 있는 '자기 제안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소정 양식의 이력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자유 양식대로 작성하거나 자기 소개란에 아래와 같이 자신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제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 ||||||
| ||||||
|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여러 장에 걸친 장황한 이력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면접관에게 혼란을 일으키거나 부담을 지워줄 뿐이며, 자신의 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만심에 차있거나 배짱을 튕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필자가 예를 든 두번째 '영희'의 제안서는 사업 제안과 기획서 형식을 빌린 것이다. '영희'라는 엔지니어의 역량과 가치, 그리고 요구하는 핵심 내용을 간략히 요약했으며 면접관(또는 지원한 회사)이 '영희'에게 면접의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제안이다. 어찌보면 자기가 자신을 추천하는 추천서라고 볼 수도 있다.
면접관이 '영희'의 짧은 제안서를 보고 나서, '이 사람이 정말 이러한 능력과 가치를 가진 사람일까. 이력서를 자세히 검토해 봐야겠는걸.' 또는 '이 사람 한번 만나봐서 실제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영희'의 제안서든 이력서든 간에 거짓과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면접관이나 회사의 관리자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는 최소한 회사 내에서 또는 업계에서 베테랑급에 속하기 때문에, 거짓이나 과장은 금방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번 글을 통해서 획일화된 이력서 작성과 입사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직할 때만 급하게 준비하는 이력서가 아니라,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 글에서는 제안서 형식을 빌었지만, 언제 누가 보더라도(자신을 포함해서) '영희'라는 사람의 현재 상태와 가치, 역량을 정확하게 요약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최소한 자기 관리와 항상 준비된 자세를 갖춘다는 측면에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잠시 시간을 내어 이력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화상을 정확하게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
[출처] [정훈의 Talk IT]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력 이력서 |작성자 고씨